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8

W. A. P. 자막팀 작품 #42
(http://club.clubfos.com/lovew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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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및 삭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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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가릉빈가, 아비가일, 유네네, 익은큐

 

싱크

짧을만남

 

한글감수

이슬비

 

최종감수

공주마마

 

Thanks to

라이파이, 블루라인, 케이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나에겐 데보라라는
심리학자 친구가 있다

 

최근 그녀는 필라델피아 시로부터
미국으로 건너온

 

캄보디아 난민들을 위한
정신과 상담 지원 요청을 받았다

 

데보라는 겁이 났다
이 난민들은 대량 학살과

 

굶주림과 가족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수년간을 난민 캠프에서 지내다
피난 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데보라가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이 데보라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상상 밖이었다

 

난민 캠프에서 만난 남자가
자기를 사랑한다더니

 

자기 사촌과 바람을 피우고는
이제 와서 다시 자기를 사랑한다면서

 

결혼도 했으면서 자꾸 전화를 해대는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둥

 

- 그런 얘기뿐이다
- 무슨 일로 오셨죠?

리즈 길버트라고 합니다
발리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카투 리에라는
주술사를 찾아가 보라고 해서요

 

기다리세요

 

세상에, 9대째 내려온다는
주술사를 만나서 무슨 취재를 하라는 건지

 

신께 가까워지고
굶주림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방법?

 

어서오세요
카투 리에라고 합니다

아니

 

난 내 인생에 대해 묻고 싶다

 

평생 역마살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겠어요

 

친구도 많고
다양한 경험도 많고요

결혼은 두 번 하는데
한 번은 길고 한 번은 짧겠네요

- 지금은 어느 쪽인가요?
- 글쎄요

 

그리고 당신은
전 재산을 잃게 될 거예요

 

여섯 달에서 열 달 안에

 

걱정 마세요
돈은 다시 벌 테니까

 

나중에 다시 발리로 돌아와
서너 달은 더 살겠네요

 

저 영어도 가르쳐주고요

 

평생 영어 써볼 일이 없었는데

 

영어 가르쳐주면
저도 다른 걸 가르쳐드리죠

 

잠깐만요

 

이거 가져가세요

네 개의 다리로
이 땅에 굳건히 머무르고

 

머리로 세상을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는 의미예요

 

그럼 신을 알게 될 겁니다

 

그게 아가씨가
여기 온 이유겠죠?

 

그럼 또 봐요, 예쁜이

 

6개월 후

아내 원고 교정은 제가 봐요

얼굴만 예쁘지
철자는 꽝이라서요

스티븐 삼촌 오셨네

 

리즈 이모랑

 

파티 얼른 끝내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으면 좋겠어

 

- 예쁜데, 왜 그래
- 무슨, 돼지가 따로 없구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스티븐, 잭 좀 봐줘

월터 소개시켜 줄게

 

너도 한잔 할래?

 

- 4월에 새 책 나와요, 감사합니다
- 5월이요

 

- 5월이요?
- 5월이래요

 

- 이쪽은 뉴욕 타임즈의 안드레 씨
- 반갑습니다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나초를 먹였는데 애가 이상하네?

- 완전히 뻗었네, 마취제 놨어?
- 나초 먹였다니까

 

똥을 그렇게 싸면
나라도 뻗겠다

 

그럼 엄마가 봐야겠네

 

- 기저귀 갈 건데 같이 갈래?
- 그래

 

- 빈티지 자동차 사업은 어떻게 돼 가?
- 이제 그거 안 해

 

- 나 이제 파티쉐야
- 빵을 굽는다고?

 

- 응
- 담배나 피우고 올까?

 

그래, 알았어

 

얼마나 재밌는데 그래

 

- 언제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
- 몰라

 

- 근데 결혼 전부터 상자를 갖고 있긴 했어
- 무슨 상자?

 

들으면 안 어울린다고
비웃을 텐데?

 

비웃을 때 비웃더라도
뭔지 얘기해봐

 

침대 밑에 있어

 

앤디가 준비되길 기다리면서
아기 용품으로 상자를 채우기 시작했어

 

진짜 귀엽다

 

내 사이즈는 안 나오나?

 

나도 이런 상자는 있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나온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랑 타임지
여행 기사로 가득 차 있어서 그렇지

 

리즈, 아이를 갖는 건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아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인 거야

 

다음 주에 기사 때문에 아루바에 가야해
숙소랑 맛집 소개하는 기사 맡았어

그래서 비키니를 새로 샀는데

 

알고 보니까 호텔 미니바가
무제한 공짜더라고, 무슨 뜻인지 알아?

 

시차증?

 

- 둘이 잔뜩 먹고 똥돼지 될 거야
- 귀엽지, 뭐

 

나는 오늘 만난 사람 중에서
타라 친구라는 사람이 자꾸 생각나

- 브라이언?
- 그래, 브라이언!

- 그 사람 교사라는 얘기 들었어?
- 대체 교사라던데?

 

어쨌든, 학교 예산 삭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더라고

 

음악, 미술 수업도 못하고

 

방과 후 수업시간에
자원 봉사하는 거래

 

- 그게 진짜 교육이지
- 자기도 선생님하면 잘하겠네

 

고마워, 그래서 나도...

다시 학교 다니면서 학위나 딸까봐

 

- 그냥...
- 다시 공부를 한다고?

 

그냥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키투의 예언이 사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짧다던 결혼 생활이 이거였나?

 

집 산 지도 1년 밖에 안 됐는데

 

내가 원하던 게 이런 건가?

 

난 내 인생의 일 분 일 초를
계획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은 못 했을까?

 

머무르는 일보다
더 힘든 게 떠나는 일이다

 

누구도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뒷문으로 조용히 나가

 

그린랜드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뛰고 싶었지만

 

다른 결정을 내렸다

 

기도를 하기로

 

신께 말이다

 

나에게 기도라는 것은
정말 어색한 일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반갑습니다

 

전엔 기도 안 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저에게 내리신 축복들에 대해
얼마나 감사드리는지 몰라요

 

너무 힘든 일이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해답을 주세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하라시는 대로 할게요

 

침대로 돌아가, 리즈

 

나 아루바에 가기 싫어

 

난 이혼하고 싶어

 

필요하시면 아래층에
이혼 관련 서적도 있는데요

 

마끼나 뻬빠

마끼나 뻬빠 - 후추갈이

 

- 한참 예민할 때야
- 여자들은 왜 그래?

- 괜찮아지겠지
- 그냥 진탕 마시고 다른 남자 만나면 안 돼?

나 같음 그럴 거 같은데

- 그러기만 해봐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혼하는데 8년 동안
아무 것도 건진 게 없어

 

라시또 - 유산

 

이탈리아어는 고급 요리 같아

 

- 마법 같지
- 리즈

 

힘든 거 알아
나도 남편이랑 헤어져 있어 봤어

 

난 죽을 맛인데 그 인간은
물장사할 생각이나 하고 있더라고

 

니네는 내가 지겹지도 않니?
나도 내가 지겨운데

 

무슨 소리야
같이 지내니까 좋은데

 

작가님이랑 같이 사니 영광이지
그러니까 너도 새로 시작해

 

이탈리아어 배우러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자 얘기나 쓸까?

 

탄수화물이랑
동사 활용에 파묻혀서?

 

우선 살 곳이나 알아봐야겠어

 

- 사랑해
- 난 당신이 원하는 여자가 아냐

 

- 난 환상일 뿐이라고
- 헛소리 마, 당신은 실재야

 

당신의 상처
당신의 재능

 

나한텐 거지 같은 술집밖에 없지만
당신은 날 받아들여 줬잖아

 

진짜 거지 같네

나도 동감이야

 

가만 있어

 

당신의 고통도 사랑해

 

우리가 함께하면
그 고통도 치유할 수 있어

 

- 연기 잘하네
- 허우대는 멀쩡하네

 

당신 눈을 보면

 

- 박수치는 돌고래가 보여
- 저건 내가 쓴 대사 아닌데?

 

이 남자가 모르는 게 있어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싶어

 

난 투명한 막과 같아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당신은 다 가질 수가 있지

 

내 돈, 시간, 몸, 강아지

 

당신 짐은 내가 맡을게

 

당신조차 모르고 있을
당신 안의 재능만 바라보며 살게

 

내가 다 해 줄게
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내가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또 다른 사랑을 만나는 것뿐이야

 

- 한잔해요
- 고마워요

 

관객들이 자꾸
빠져나가게 해서 죄송해요

 

- 제가 잘 못써서 그렇죠
- 그게 아니라

 

제가 엿 같아서 그래요
노력은 했는데

 

엿 같다는 말은 좀 그렇네요

 

- 고마워요
- 무대에서 볼 때보다 작으시네요

 

그래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낯선 사람이 내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면 좀 불안하지 않아요?

 

제가 작아 보인다고
말한 건 그런 뜻이에요

 

지금도 박수치는 돌고래가 보여요?

 

애드립 좀 쳐 봤어요

 

실컷 놀리세요
그러고 싶은 거 알아요

 

이렇게 멋있는 사람을
어떻게 놀려요

 

아직도 보여요

 

저 분이 스승님이세요?

 

웃기지만 맞아요

 

- 아름답네요
- 네

 

친구가 소개해 줬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뭔가가 절실했었어요

 

지난번 직장 말고
그 전 직장이요

 

그때는 제가 엉뚱한 곳만
찾아다녔다고 생각했어요

 

- 뭘 찾아다녔는데요?
- 신이요

 

저 분은 인도 아쉬람에 계셔서
만나보고 싶어도

가려면 간염 주사도 세 번이나
맞아야 하는데 보험도 안 되고

 

때가 되면 가려고요

매일 아침
제자들이 모여요

 

가고 싶으면 같이 가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산스크리트어로
기도하는 거 참을 자신 있으면요

 

참을성을 키워야죠

 

데이비드, 요가 수행자

 

그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그의 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만화에서 보면 광대가
작은 물컵 속으로 다이빙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처럼

 

속옷 대령이요

 

- 속옷을 개다 주네요
- 이제 큰일 난 줄이나 알아요

 

36층이시죠?

 

제 의뢰인은
이혼 의사가 없으시답니다

 

남편 분이 진짜로
스스로 변호하시겠다는 거예요?

 

법대 1학기 다녔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이혼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을 거였으면

 

왜 그동안 한마디도 말 안 했어?

 

- 멀쩡하게 잘 살다가 갑자기 왜?
- 난 말했어, 자기가 안 들었지!

 

아니, 당신이 언제 나랑 있어서
불행하다고 말한 적 있어?

 

그러다 그냥 그렇게 나가버려?
나한텐 기회도 안 주고, 불공평하잖아!

 

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선서한 말 지킬 거야

 

난 당신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자기는 항상 기다리기만 하지
내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아이를 갖길 기다리고
저녁을 기다리고

 

도대체 왜 이 불행한 상황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거야?

 

나도 내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곁길로 잘 새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당신이
그런 날 좋아하는 줄 알았어

내가 꿈꾸고 계획하는 것들...

누가 뭐래?
그러니까 하나만 고르라고, 하나만!

 

나야 당연히 당신이지

 

자기도 힘든 거 알아

하지만 난 자기가 찾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아

자기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

난 그 여자가 아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군

제 의뢰인께서는 관련 자료로
본인의 자작곡을 들려주고 싶어하십니다

 

지금 장난해?

 

- 이 패배자, 당신은 패배자야!
- 좋아, 다 내 잘못이라고 쳐

 

난 더 이상 주말마다
콩알만한 전자상가 돌아다니면서

 

전자제품 사면서
행복한 부부인 척하며 살기 싫어

 

그 토스터는 당신이 사고 싶댔잖아

행복한 척하고 싶으면
혼자 하라고 했어

 

난 못하겠다고
다 내 잘못이라고

 

정말 죽고 싶더라

 

그럼 이제 어떡해?

주택을 포함한
모든 재산의 반을 요구합니다

 

제 의뢰인의
퇴직 연금도 포함해서요

 

그럼 당신이 다 갖든지

그래도 싫대
이제 질렸나봐

질린 게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거예요

 

- 질릴 만도 하지
- 앞으로 지하실에서 살아

 

다음 주까지 좀 더 지켜보죠

 

보통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어지거든요

 

- 왜 채식주의자가 됐다고요?
- 소 도살 장면을 보고요

 

- 저녁은 왜 손도 안 댔어
- 남친한테 잘 보이려고

 

저 사람도 힘들겠다
너도 그렇고

 

명상이 도움이 돼

 

리즈, 너 몇 년 전에 부엌
리모델링한다고 난리쳤던 거 기억나?

 

그 땐 완벽한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했었잖아

 

- 맞춰 살려고 노력했을 뿐이야
- 나한텐 명상이나 기도도

 

별다를 바가 없어 보여

 

나도 그 다큐멘터리 좀 보여줘요
채식주의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아서요
- 네, 저녁 잘 먹었어요

 

반가웠어요

 

- 왜요?
- 그냥

 

전엔 스티븐이랑 닮은 것 같았는데
이제 보니 데이비드도 닮았네?

 

그니까 내 말은...

 

개도 키우다 보면 닮잖아요

 

도대체 무슨 뜻이야?
둘 다 개 같다는 거야?

 

- 장난친 거지
- 안 웃겨

 

맥주를 다섯 캔이나 마셨잖아
취했지, 뭐

 

어쨌든 재미없어
우리가 어딜 봐서 개 같아 보여?

 

그렇다 쳐도
엄연히 종이 다른데

 

오늘은 그냥 자지 그래?

 

이 모든 것은 애착의 대상이

 

마치 자극적인
환각제처럼

 

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감정의 흥분과 자극으로
이어지면서 시작됩니다

 

결국 대상이 누구라도 상관없이
감정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거죠

 

그 대상이 없으면
미칠 것만 같고

 

애초에 그런 감정을 제공한 사람이
미치도록 미우면서도

 

다른 사람을 찾아나설
용기도 없습니다

 

짜증나서 죽겠어
이해가 안 돼

 

뭐가 이해가 안 돼?
도대체 뭐가...

 

왜 그래
이젠 눈도 안 마주치잖아

 

- 대화도 안 되고
- 지금 누가 침대 정리하래?

 

- 잠자리도 안 하고
- 하기 싫을 때도 있는 거지!

 

전에는 아무 대가도
필요 없었는데 말이죠

 

몸은 점점 말라가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앉아서
얘기 좀 해보자고

 

- 성인답게 말이야
- 그럼 좀 떨어져서 지내든가

 

결국 흠모의 대상은
혐오의 대상으로 바뀝니다

 

- 나도 싫기만 한 건 아니야
- 위안이 되네

 

나도 가끔씩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그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당신을 쳐다봅니다

 

- 그래도 되지?
- 그래, 맘대로 해

 

일일이 설명 안 해도 되는 거지?

 

그 사람을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자신을 살펴보세요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자기가 보기에도
얼마나 낯선 사람인지

 

자기가 오라고 해서 온 거잖아

 

이렇게 될 줄 몰랐지

 

- 안 그래?
- 유치한 놈

 

- 됐다, 이제 그만 하자
- 그래, 좋아

 

무슨 말이 통해야 말이지

 

빌어먹을

 

그렇게 사랑의 열병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완전하고 무자비하게
평가절하를 받습니다

 

1년이나 가 있겠다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무 느낌도 없었어

 

열정도, 믿음도, 감정도
아무것도!

 

힘든 시기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지나치잖아

 

겁나 죽겠어!

 

차라리 죽고 말지
평생 이렇게 살게 되면 어떡해?

 

다들 그러고 살아
20대에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하고
30대가 되면 좋은 집을 갖고

 

그러다 어느 날 깨닫지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라고

 

그리곤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정신과에 상담 가는 거야
그냥 이렇게 도망가진 않는다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거야

 

널 사랑하는 친구들이랑
가족들이 다 여기 있잖아

 

그래서 나도 널 사랑하는 것 같니?
내가 무슨 도움이 돼? 아니잖아!

 

그냥 산송장이라고!

 

- 이탈리아로 갈 거야
- 왜 이탈리아야?

 

- 점심에 뭐 먹었어?
- 글쎄, 샐러드였나?

 

바로 그거야

나도 전엔 음식에든 삶에든
의욕이 있었어

 

근데 이젠 아냐

 

뭔가 색다른 곳에 가고 싶어

 

언어든, 아이스크림이든
스파게티든, 뭐든

 

- 네가 무슨 대학생이니?
-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어

 

열다섯 살 때부터
남자를 만났다 헤어졌다

 

단 2주 동안만이라도
나 혼자 있어본 적이 없어

 

데이비드랑 무슨 문제 있지?

 

- 떨어졌어?
- 나도 왜 여깄는지 모르겠어

 

왜 거깄는지 알아?
헛된 걸 기다리면서 사니까 그런거야

 

이탈리아에 갔다가
데이비드 스승님 보러 인도에 갔다가

 

발리에서 한 해를 마감할거야

 

- 그렇게 할거야
- 바닷가, 좋지, 근데 왜?

 

카투가 그랬으니까

 

- 그 이 없는 노인네?
- 본인이 절실하면

 

요다 같이 생긴 남자
예언이라도 다 믿어지는 법이야

 

- 우울증 약은 안 필요해?
- 필요하지

 

좋아, 뭐 하나만
물어보고 그만할게

 

그래도 소용이 없으면?

 

제 인생 하나가
그 좁은 데 다 들어가네요

 

다들 그렇게 말합디다

 

대부분은 찾으러 오지도 않아요

 

- 네?
- 스티븐이 이혼 서류에 서명했어요

 

다음 주쯤 거지 돼서
돌아올지도 몰라

 

진짜 존경해

 

저기

 

안 간다고 하면
매일 저녁 인도 음식 사줄게

 

진작 말했었어야지

 

얼른 출발해, 얼른

 

기분 참 묘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집 걱정
안 하고 어디 가 보긴 처음이야

 

이젠 돌아올 집도 없지만

 

가면 친구 사귈 텐데, 뭐

 

그래봐야 다들 떠돌이겠지만

 

떨궈버리긴 좋겠네

 

난 앤디랑 플로렌스에 가서
한 달 정도 집 빌려서 쉬다 올거야

 

한 10년 후에
애 다 키워놓고

 

무슨 일 있어?

 

내가 왜 그렇게
못 가게 말렸었는지 알아?

 

내 일도, 가족도
다 중요하지만

 

나도 같이 가고 싶어

 

사랑해
결정 잘 했어

 

얼른 가

 

이탈리아엔 오래된 농담이 있다

 

매일 교회에 나가 동상 앞에서 기도하는
가난한 남자 이야기다

 

'성자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로또에 당첨되게 해주세요'

어느 날 동상이
살아 움직이며 대답했다

'아들아, 제발 부탁이니
우선 로또를 사거라'

 

이제야 그 농담이 이해가 간다
난 세 장의 로또를 가진 것이다

 

뜨거운 물은
가스레인지에 데워서 쓰세요

 

목욕하고 싶으면요?

 

끓인 물을 욕조에 넣어야죠

 

저기...

 

목욕하기엔
물이 좀 부족할 거 같은데

 

- 충분하지 않아요
- 충분해요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끓여서 부으면 되죠

 

씻을 수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거 안전한 거예요?
이렇게 받쳐놔도...

 

그렇게 받쳐놔야
천장이 안 무너지지

 

안 그럼 다 무너져요

 

결국 남는 건 가족 뿐이라우

 

- 결혼 안 했어요?
- 아뇨

 

- 이혼했어요
- 이혼을 해요?

 

헤어졌어요

 

그래서 더 행복해요?

 

우리 집엔 규칙이 있어요

 

남자는 숙박 금지

 

미국 여자들은 이탈리아에 오면

 

파스타랑
달랑거리는 것만 찾더라고

 

- 묵을게요
- 잘 생각했수

 

카푸치노 한 잔이요

 

- 정신없죠?
- 이탈리아어를 잘 못해서요

 

- 온지 얼마나 됐어요?
- 2주요

 

- 그쪽은요?
- 6주요, 나아질 거예요

 

카푸치노 두 잔 주세요

 

우유 좀 미지근하게 해줘요
어제 혀 다 뎄어요

 

- 케이크 좋아해요?
- 네

케이크도 두 조각 주세요

 

- 발음 좋으시네요
- 선생님이 좋아서요

 

- 필요하시면 전화번호 드릴게요
- 잘됐네요

 

- 네덜란드에서 왔어요? 독일?
- 훨씬 추운데서 왔어요, 스웨덴

 

- 난 리즈라고 해요
- 소피예요

 

감사합니다

 

케이크 나왔네요

 

맛있다

 

"에일리 아뜨라베르소"
해봐요

 

- "에일리 아뜨라베르소"
- 과거형이에요

 

"노이 아뜨라베르쌈모"

 

너무 빨라요

 

- 그냥 "아뜨라베르시아모"라고 해도 돼요
- "아뜨라베르시아모"

 

단어가 참 예쁘네요

 

"다시 시작하자"가 뭐가 예뻐요?

 

아뇨
그냥 발음 자체가 아름답다고요

 

발음 하나하나가
느낌이 새로워요

 

- 그렇긴 하죠
- 정말 좋아요

 

저도 하나 알려드릴게요

 

치료사

 

재밌잖아요
이럴 땐 웃는 거예요

 

- 아니잖아요
- 자요, 건배해요

 

- 화요일 5시 괜찮죠?
- 네

- 그럼 치료사도 한잔?
- 좋죠

- 잘 따라하는 것 같아요
- 고마워요

 

뭔가 새로운 걸 배울 때는
마음을 정중히 해야 해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영어는 언제 이렇게 배웠어요?

 

제가 가르칠 게 없네요

 

리즈도 잘 하면서요, 뭘

 

- 잘 자요
- 잘 자요

 

혼자

 

난 혼자예요

 

혼자...

 

- 고맙습니다
- 맛있게 드세요

 

죄책감 들어 죽겠어요
로마에 온 지 3주 됐는데

 

한 게 단어 몇 개 배운거랑
먹은 거밖에 없어요

 

미국인이라 그래요

 

- 미국인들은 즐길 줄을 몰라요
- 무슨 소리예요?

 

맞잖아요

 

그냥 즐기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즐기는 건 다르죠

 

참고로 이 분 성함이
루카 스파게티예요

 

이름이 루카 스파게티라고요?

 

네, 그게 우리 가족 성이에요
우리가 직접 지었죠

 

진짜예요
그쪽 문제가 뭔지 알아요?

 

미국인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을 해요

 

그리고 주말 내내
잠옷 바람으로 TV만 보죠

 

- 딱히 틀린 말은 아니네요
- 그런 건 즐기는 게 아니에요

 

쉬는 것도 누가 말을 해줘야 쉬니까

맥주 광고에서
'밀러 타임' 이라고 외치면

 

그제서야 나가서
맥주를 사들고 와서는

 

잔뜩 마시고
다음 날은 숙취로 고생하고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지나가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광고를 보면

 

이탈리아 사람은
'당연하지'

 

'안 그래도 반차 낼 생각이었어'

 

'집에 돌아가서 마누라랑
한 판 뒹굴어야 되니까' 해요

 

그런 걸 '돌체 파르니엔' 이라고 해요

 

'빈둥거림의 달콤함'이라는 뜻이에요
다들 도통했죠

 

- 돌체...
- 돌체 파르니엔

 

이 분 말씀이...

이탈리아어는 이렇게 배우는 거 아니래요
입으로만 말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거죠

- 손을 쓰셔야 돼요
- 이렇게요?

 

정말 맛있었어요

 

엿 먹어!

 

정신 사나워 죽겠다

 

변태 새끼!

 

- 옆집 남자 같은데?
- 재수 없어

 

'엿 먹어'의 다른 표현 방법

 

우선 뭐부터...

잠시만요
제가 할게요

 

저희...

아티초크 한 접시랑요

 

프로슈토 햄과 멜론

 

리코타치즈 가지 요리 주시고요

 

까르보나라 하나랑

 

토끼 소스 파파델레

 

조개 링귀니

 

로마식 양 구이

 

살팀보카 송아지 요리

 

그리고 젠자노 와인 2리터 주세요
고맙습니다

 

- 이제 여기 사람 다 되셨네요
- 아직 멀었어요

 

저 정도는 되야
여기 사람이죠

 

네, 외국인 친구들도 많고

물지는 않는대요?

어쩌면 리즈한테는
다른 단어가 어울릴지도 모르겠어요

- 다른 단어요?
- 네

 

모든 도시에는 각각의
고유 단어가 있으니까요

 

런던은 뭐가 어울리는지 아세요?

 

- 저라면 '고루하다'고 하겠어요
- 맞아요

 

- 스톡홀름은요?
- 당연히 순응이죠

 

- 뉴욕은요?
- 야망 아니면 매연

 

그럼 로마는요?

 

그건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요

 

섹스!

 

그럴 줄 알았어요

 

자기랑은 무슨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

 

글쎄

 

뭐랄까...

 

처음엔 누군가의
착한 '딸'로 시작해서

그 다음엔 '부인'

 

현모양처는 아니었지만

그 다음엔
그저 그런 '여자 친구'

 

- 그냥 '작가'겠지, 뭐
- 그건 직업이잖아요

 

'작가'가 리즈는 아니죠

그럼 '자기를 찾아 방황하는 여자'?

 

소피, 리즈야
같이 나폴리 가자

난 '피자'가 어울리는 것 같아

 

아줌마, 난 일곱 살밖에 안 됐지만

아줌마가 멍청인 건 알아
나는 나폴리 사람이니까

 

난 이 동네가 좋은데
지오바니는 조심하래

 

- 사촌이 박물관에서 소매치기 당했대
- 정말?

특히 오토바이 조심하래

 

나 사랑에 빠졌어
피자랑 연애하는 중이야

 

너는 피자랑 이별하는 표정인데?
왜 그래?

안 되겠어

눈앞에 피자를 두고
안되겠다니 무슨 소리야?

- 나폴리에 왔으면 당연히 먹어줘야지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자꾸 살이 쪄서...

 

- 배에 살이... 그걸 뭐라고 하지?
- 똥배?

 

- 나도 나왔는데, 뭐
- 보기만 했는데 바로 단추 풀었어

 

한 가지만 물어보자

 

지금까지 남자 앞에서 옷 벗을 때

 

- 몇 번 안 되는데
- 어쨌든...

 

한 번이라도 퇴짜 맞은 적 있어?
아니면 그 사람이 나가버렸거나

 

- 아니
- 당연하지

방에 벌거벗은 여자가 있는데
당연히 로또 맞은 기분이지

나도 매일 먹을 거 참아가며

아침마다 전날 먹은
칼로리 일일이 계산하면서

 

샤워할 때마다
툴툴거리는 거 이제 지쳤어

난 그냥 먹을거야

나도 뚱뚱해지는 건 싫지만

 

먹을 땐 죄책감 없이
그냥 먹으려고

오늘은 일단 피자 다 먹고
축구경기나 보고

 

내일은 둘이 같이 나가서
청바지 큰 거 하나씩 사자

 

지오바니도 좋아할거야

 

그렇지

 

"도대체 누구 팀에서 뛰는 거야?!"
라고 하는 거예요

 

당겨
배에 힘 줄게

 

힘 좀 써봐

 

조금만, 조금만 더...

 

얼른
힘 좀 쓰라니까!

 

거의 다 됐어, 거의 다 됐어!
성공!

 

너무 예쁘다
하나 사

 

- 누굴 위해서?
- 널 위해서, 리즈

 

너만을 위해서

 

아냐, 난 그냥
큰 청바지 하나면 돼

 

오늘 즐거웠어요
자리도 넓고

 

우리도 즐거웠어요

 

- 이따가 뭐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 아냐, 난 됐어

 

- 내일 봐
- 안녕

 

빈둥거림의 달콤함

 

바닥에 있지 마...

 

리즈, 얼른 올라와

 

우리 관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면서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만날 싸우고

 

잠자리도 안 하면서

 

헤어지기는 싫어하고

 

그렇게 서로 불행하게 인생을 살면서
함께 있으니 행복하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데이비드에게

그동안 연락 안 하면서
생각을 좀 했어

우리가 행복하려면 불행하더라도
함께해야 하냐던 말 생각나?

 

그냥 내가 그만큼 자기랑 잘해 보려고
노력했던 거라고 생각해줘

 

며칠 전에 친구랑
어거스티움이라는 곳에 갔었어

 

옥타비안 아우구스투스가
자기 무덤으로 만든 곳이래

 

하지만 그곳은 바바리안의 침략으로
이젠 폐허가 되었어

 

위대한 로마의 첫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자기에겐 전부였던 그 로마가 이렇게
폐허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중세 암흑기에 누군가
황제의 유골을 훔쳐갔습니다

 

12세기에는 콜룸 가의
요새로 사용되다가

 

그 후에는 투우 경기장이랑
폭죽 저장고로 사용됐죠

 

요즘엔 노숙자들이 화장실로 쓴다니
내려갈 때 조심하세요

 

그곳은 로마에서
가장 조용하면서 외로운 곳이었어

 

수백 년간
주변 도시가 발전하는 동안

 

그곳엔 영광의 상처처럼
잊기 힘든 고통이 묻혀있었어

 

난 지저분한 게 좋아

 

우린 모든 것이
영원하길 바라, 데이비드

 

전엔 무슨 천사랑 살았었나 보지?

 

변화가 두려워
고통에 안주하는 우리와는 달리

혼돈의 세월을 견뎌내고
변화에 적응하며

온갖 재난, 약탈을
극복한 그곳을 보면서 난 느꼈어

 

어쩌면 내 인생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엉망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더 나쁜 건 세상 무언가에
집착하는 거라고

 

파괴는 선물이야
파괴가 있어야 변화가 있지

 

리즈, 준비 됐어?

 

 

영원한 도시 어거스티움은

 

우리가 끝없는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는 것 같았어

 

우린 서로 같이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어

함께 있으면 우린
결국 망가질 테니까

 

우리 엄마 레시피야
빵이랑 호두 넣는 거

 

감자 좀 더 갖다 줄래?

 

만날 나만 시켜

 

이게 그 유명한
미국식 추수감사절이군

 

손 떼!

 

리즈 송별회로 딱이네?

 

- 이번 주에 떠난다고요?
- 네

 

어디로 가는데요?
이란?

 

인도요

 

오늘은 리즈가
미국 요리 해준대요

 

- 아직 결혼 안 했죠?
- 네

 

뭐가 모자라서 결혼을 못해?
레즈비언이냐?

 

아니에요, 엄마
이탈리아어도 알아듣고요

 

세상 구경할 거 다 하고
언제 신랑 만나서 언제 결혼한대?

 

남자가 여행 다닌다고 해도
그렇게 말씀하시겠어요?

 

리즈가 남자냐?

 

여자니까 더 대단하죠
힘든 일이잖아요

 

-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데요
- 그럼요

 

너희는 용기로 보일지 몰라도
나는 미련해 보인다

엄마, 그만 하세요

제 주위에도 어머님이랑
똑같은 소리 하실 분 몇 분 계세요

 

칠면조는 언제쯤 준비되죠?

 

칠면조요...?

 

아직 해동 안 했는데...?

 

이런...

 

뭐 하는 일 있다고
그렇게 정신이 없으세요

깜빡했어
그럴 수도 있지

 

맛있는 게 너무 많잖아

 

여자도 많고

 

안 까먹는 게 이상하지

 

자, 드시기 전에 모두
추수감사절 감사 기도 드리죠

 

모두 손 잡으세요

 

그럼 돌아가면서
각자 한마디씩 해주세요

 

소피, 시작해

 

저는 리즈에게 감사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인생에 감사하며 사는 법을 배웠거든요

 

똥배 사건도 그렇고

 

그리고 언제나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지오바니도 고맙고

 

줄리오는?

 

난 행복한 가족이 있어 감사해요

 

토끼 같은 두 딸과
와이프한테요

 

저는 하느님과
마리아님께 감사드려요

오늘 같이 특별한 날을 주셔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서요

 

안 보고 싶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풍습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리즈의 음식도 그렇고

 

무엇보다...

 

제 섹시함에 감사해요

 

루피나는요?

 

나도 당연히...

 

내 섹시함에 한 표!

 

지오바니는?

 

저는 저에게 두려움을 알게 해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왜냐하면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저를 떠날까 봐 두렵거든요

 

리즈

 

저는...
이 모든 게 정말 감사해요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한
여러분을 보고만 있어도 좋네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아름다운 숙녀분들과

 

그 분들을 감싸주고

 

보살펴 주는 남자분들을 보니

전 그냥 정말 행복해요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 건배
- 건배

 

맛있죠?

 

- 깜빡 졸았네요
- 그러게요

 

명상 시간에 조는 사람은
그쪽밖에 없을 거예요

 

- 이쪽으로 가면 명상의 숲이에요
- 구루 님은 계신가요?

 

- 그분은 항상 함께 하십니다
- 그건 아는데 '진짜' 계세요?

 

- 지금은 뉴욕 아쉬람에 계세요
- 전 그분을 뵈러 뉴욕에서 온 건데요

 

그분이 인도하신 거겠죠

 

여기는 명상의 동굴이에요
24시간 열려있죠

 

에어컨도 가동되고요

 

- 코렐라, 이쪽은 리즈 길버트 씨예요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묵언 중입니다

 

- 그런 건 어디서 구하죠?
- 서점에서요

 

저거야말로
저한테 꼭 필요한 거예요

제가 말이 많은 편이거든요

엄마는 만날 저보고
수다쟁이라세요

입이 쉬지를 않거든요
지금도 또 그러고 있네요

죄송해요

묵언은 훌륭한 정신 수양법이죠
하지만 코렐라 씨가 지금 말을 할 수 있다면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실 거예요
좀 더 지내보시고 결정하세요

 

고마워요
리즈 씨께 전해드릴게요

 

- 뭐라시는데요?
- 저도 몰라요

 

수양복으로 갈아입으세요
준비되시면 세이부어로 모실게요

 

세이부어는 힌두어로
'사심 없는 정신 수양'이에요

 

- 수양하시는 분들한테는 필수 과정이죠
- 네,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인도 아이들보다
더 마른 사람이 있을까요?

 

- 저는 툴씨라고 해요
- 리즈예요

 

- 어디서 오셨어요?
- 옆 동네에서요

 

부모님이 구루 님의
오랜 신자세요

저희 가족은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이젠 시집가야 해요

- 인도 풍습이죠
- 결혼하기 싫어요?

 

당연하죠
완전 최악이에요

 

저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구루 님처럼요

 

구루 님도 대학 나오셨대요

 

전 제 또래 남자들보다
신과 지내는 게 좋아요

 

제 가족들도 제가
인도에 온 걸 이해 못해요

 

가끔씩은 이 사람들이
진짜 내 가족이 맞나 싶어요

저도 그래요

 

구루 기타는 고대 문서로서
182 구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서를 보면
파르비티 여신이 쉬바 님께

 

실천의 비법을 묻습니다

 

더 나은 수양을 위해서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구루 기타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 어떤 점에서요?
- 모든 면에서요

 

길고, 지루하고
따라가지도 못하겠고

 

저는 앞으로의 제 인생이
미치도록 불안한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엔 긍정적인데요

 

그렇게까지 강한 반응이
오는 걸 보니

 

좀 더 노력하시면 되겠어요

 

이혼은 정말 잘 하신 거 같아요

 

지금 정말 행복해 보이시거든요

 

전남편은 이기적이라고 할 걸요?

 

자신에게 화내거나
실망하실 필요 없어요

 

결혼해서 애 낳는다고
다 가족인가요?

 

젠장, 이 동네 모기들은
모기가 아니라 새야

 

- 리즈, 이쪽은 텍사스에서 오신 리차드 씨예요
- 안녕하세요, 텍사스에서 오신 리차드 씨

 

- 반가워요, 먹보 아가씨
- 먹보요?

 

네, 멀리서도 쩝쩝대는
소리가 다 들리던데요?

한자리에서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은 처음 봐요

 

먹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저기...

 

좀 피곤해서 그러는데
괜찮으시면

저는 어디 다른 자리로 가서

 

- 조용히 많이 먹을게요
- 아니에요, 전 다 먹었어요

 

오전에 보니
꽤 심각하시던데

 

전남편 때문에 그래요?

 

저도 이혼했어요

그 사람은 내가
또라인 줄 알거든요

 

얼마 전까지 로마에서 지내다가
여기 오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었는데

 

막상 여기에 오니...

 

오히려 세상과 더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왜 왔는데요?

 

- 마음의 평온을 찾아서요
- 마음의 평온?

 

성에 가려면 호수를
건너야겠네요, 먹보 아가씨

 

다 드시고 힘내세요
얼마 안 돼요

 

그래
마음을 비우는 거야

 

숨쉬고

 

내년엔 뭘 하지?

 

어디로 갈까?
시카고도 나쁘지 않겠네

 

그래
집에 명상의 방을 만드는 거야

 

아냐, 생각 안 해야 하는데
되게 힘드네

 

도대체 코렐라는 어떻게 하는 거지?
자기가 무슨 테레사 수녀도 아니고

 

아, 차라리 죽여라

 

- 호수에라도 빠졌어요?
- 됐어요

 

- 악어랑 한판 붙으셨나?
- 저기요!

 

그렇게 잘나신 분이
여기서 뭐하시는 건데요?

 

여기에 있는 자체가 잘난 거지
할 말 있음 해요

 

그럴 마음 조금도 없어요

 

어차피 말할 거면
뜸들이지 말고

 

집중이 안돼요

집에 명상의 방
꾸밀 생각이나 들고

 

- 지금 장난해?
- 장난처럼 보여요?

 

명상의 방은 내면에 있는 거야
먹보아가씨

 

- 아저씨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돼요?
- 얘기 하나 더 해줘?

 

아가씨가 매일 입을 옷을 고르는 것처럼
생각을 고르는 법도 배워야 해

 

그걸 배우러 여기 온 거라고

인생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정신부터 차려
그게 제일 필요한 거 같으니까

 

자기 생각 정도는
다스리며 살아야지

 

- 저도 노력하고 있다고요
- 그래, 그게 문제야

 

노력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
다 포기하고 그냥 앉아있어 보라고

 

그럼 답이 나올거야

 

왜 과거에 매달려?

 

사람들한테 제임스 테일러
닮았다는 소리 안 들어 봤어요?

 

매일 듣지

 

진짜 닮았네

 

난 항상 같은 기도만 해
"하느님, 저에게 계시를 내려 주세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쓸모없는 놈이거든요"

 

와, 아주 빛이 나네?

 

- 이번엔 제대로 명상했나봐?
- 덕분에 말라리아 걸리겠어요

 

물린 건 금방 없어져
뭐, 모든 게 결국은 사라지지만

 

신께 계시를 빌어본 적 있어
먹보 아가씨?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요

잘 생각하고 기도해
정말로 이루어질 지도 모르니까

 

도대체 왜 이러세요?
여자한테 안 좋은 기억 있으세요?

 

길버트 씨
전화 받으세요

 

거기 생활은 좀 어때?

 

괜찮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내 이메일 봤어?

 

응, 일찍 전화 못해서 미안해

 

왜 못했는데?

내가 전화 안 하면
아직 끝은 아니니까

 

우리 관계 말이야

 

미안해
그냥 시기가 안 좋았어

 

난 그냥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어
마음 편할 땐 잘 지냈었잖아

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힘들게 살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도 목소리는 괜찮네

- 좋아 보여
- 자기도

 

난 배우잖아

 

나 배역 하나 땄어

 

브로드웨이는 아니지만
제법 괜찮아

 

잘됐다

 

그래, 또 연락하자

 

세상에
이렇게 집중하는 건 또 처음 보네?

 

한잔 해야겠네

 

아니
병에 입 못 대게 돼 있어

 

인도에서는 자기 몸 말고는
아무것도 손대면 안 돼

 

와, 뭐가 이렇게 달아요?
콜라보다 다섯 배는 단 것 같아요

 

내 생각엔 마약도 든 것 같아

 

뭐, 희망 사항이지만

 

힘든 거 알아
그래도 변하고 있잖아

 

아직 기회는 있어

 

그래서 여기에 있는 거야
신의 은총으로

 

다 잊은 줄 알았는데...

 

- 아직 사랑하나 봐요
- 그게 어때서, 그냥 사랑하면 되지

 

- 너무 보고싶어요
- 그럼 보고 싶어하면 되지

 

보고 싶을 땐 마음껏 보고 싶어해

 

그 사람에 대한 감정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버릴 수만 있다면

 

그게 오히려
비상구가 될 거야

 

그럼 그 비상구를
어디에 써야하는지 알아?

 

들어가
무조건 들어가

 

들어가서 사랑으로 자신을 채워

 

난 우리 먹보 아가씨가 언젠간
세상을 다 포용할 수 있게 되리라 믿어

 

저기선 뭐 팔아요?

 

기네쉬라고 하는 건데
장애물을 제거해 줘요

 

몇 개 더 샀어야 하는데

 

코끼리 상을 보시니 말인데요
지금 코끼리 하나가 돌아다녀요

 

마을 축제에 따라왔던 놈인데
거칠기가 말도 못한대요

 

그 아가씬 거친 거 좋아해요

 

어찌나 아는 게 많으신지
공부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 말 돌리지 마
- 이 비통의 시기가 언제면 끝날까요?

 

- 왜, 달력에 표시라도 해 줄까?
- 그래 주실래요?

 

무슨 소리야
뭘 한 게 있다고

 

일단 명상이나 잘 하고
매일 아침 세이부어에 가서 수양해

 

- 그럼 변화가 있을 거야
- 전 아직도 구루가 안 받아들여져요

헌신적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요

헌신은 곧 사랑이야
그냥 뭐든지 사랑할 대상을 찾아

 

그 대상이 꼭
구루여야 하는 건 아냐

 

본인이 더 잘 알겠지만

 

먹보 아가씨 문제점은
자기 통제를 못한다는 거야

 

어떻게 아셨어요?
이제 그만 제 머릿속에서 나오셔야겠어요

 

그러지, 뭐

 

- 이 사람이야?
- 네, 완전 진상이에요

무슨 소리야

- 귀여운데
- 사수자리래요

 

델리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다는데 성적이 끝내줘요

 

집안도 어마어마하게 부자고요

 

자만심 가득한
독재자 스타일일 거예요

 

열일곱에
인생 쫑나게 생겼어요

 

툴씨...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리즈와 스티븐을 소개합니다

 

- 준비 됐어?
- 당연하지

 

- 정말 예쁘다
- 고마워

봉 잡은 기분이야

 

- 이거 뭐야? 이 노래 아니잖아
- 아니지

이 노래 아닌데?

- 나도 알아
- 사람들이 쳐다봐

 

괜찮아
가서 처리하고 올게

 

- 이제 됐지?
- 이게 처리한 거야?

 

사랑해

 

결혼 선물을 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

 

너를 위해 구루 님께
헌신적으로 기도했는데

 

기도하다 보니
너의 행복한 보습이 그려졌어

 

제가 어떻게 행복해 했는데요?

 

너와 라쥴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모습으로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었어

 

마치 현실에서처럼

 

고마워요, 리즈

 

꼭 그렇게 믿고 살게요

 

결혼식 날 생각해?

 

나도 그래

결혼식에 갔다 오면
왜 꼭 자기 결혼식이 생각나나 몰라

 

화려하게 했었나?
근사하게 펄럭이는 웨딩드레스 입고?

 

네, 신나게 준비했었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 그런 자신이 용서가 안 되지?
-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한테 용서를 빌고 싶어요

 

- 그만 놓아달라고
- 그건 시간 낭비야, 먹보아가씨

 

그냥 스스로 용서해야지

 

그게 쉽지가 않네요

 

그렇지

 

- 안녕히 주무세요
- 따라와 봐

- 저 피곤해요
- 일단 와 봐

 

나도 잘 살지 못했어
뻔한 얘기같이 들리겠지만

 

매일같이 술에, 마약에
아무 생각 없는 불륜에

 

너무 후회돼

 

후회가 산 같아

 

난 모든 걸 잃었어
자존심도, 일도

 

내 가족까지

 

난 가족을 잃었어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술집에 들러서 코가 삐뚤어지게 마셨지

 

나도 리즈와 똑같았어
너무 많이 생각하고 느꼈지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택시를 타야하는 건데
그냥 운전해서 집엘 갔어

 

아들이 있었는데

 

당시 여덟 살이었어

 

집 앞에서
장난감 차를 갖고 놀다가

지 아빠가 얼만큼 취했는 줄도 모르고
와서 놀아주길 기다렸나 본데

 

내가 못 봤어
안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냥 아이한테
돌진해서 버렸어

 

애는...
다행히 피했나봐

 

원래 나 피해서
돌아다니는 게 특기였거든

 

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아무도 없었어

 

마누라가 창 너머로
모든 걸 본 거지

 

더 이상은...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나봐

 

그래서...

 

이제 열여덟 살이야
고등학생인데 공부도 잘한대

 

유머 감각도 있고

 

정말 잘 컸어

 

다 내 실수야

 

애가 크는 것도 못 보고

 

알겠어?

 

이렇게 하자고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여기에 있어

 

알겠지?
그러면 다 알아서 풀릴 거야

 

방금 하신 것처럼요?

 

나도 노력 중이야, 엘리자베스
같이 해 보자고

 

이 노래가 원래
우리 결혼식 노래였지?

 

정말 사랑했었어

 

알아

 

난 아직도 사랑해

 

그럼 사랑해

 

근데 너무 보고 싶어

 

그럼 보고 싶어해

 

보고 싶을 땐 마음껏 보고 싶어해

 

그러면 되지

 

오래 가진 않을 거야

 

영원한 건 없으니까

 

갈게
또 보자고

 

가시면 누가 매일 잔소리해 주죠?

 

나도 더 있고 싶어

 

가면 밀린 고지서에
집도 구하셔야 하잖아요

 

암튼 하던 대로 잘 하고 있어

 

가면서까지 잔소리하셔야겠어요?

 

저도 이제 다 알아요
모기향 꼭 피우고

 

몰라요
암튼 다 적어뒀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아저씨

 

이제 그만 가야겠다

 

갈게

 

먹보 아가씨
사랑은 또 올거야

 

리즈, 나 방금 묵언표 뗐어
4주 동안 죽는 줄 알았어

 

근데 꼭 주름 제거 수술
받은 기분이야

 

얼굴이 쫙 당기는 게
공짜로 수술 받은 기분이라니까?

 

이제 실컷 얘기해도 돼

 

저는 묵언 중입니다

 

잘됐다
얻는 게 많을 거야

피부도 탱탱해지고

 

엘리자베스 씨
저녁 식사 후 세이부어로 오시래요

 

시간 되시면요

 

이제 바닥 청소는
그만하셔도 되겠어요

 

내일 전 세계에서
50여명의 신자들이 도착해요

 

10일 수양 체험인데
진행을 좀 맡아주셔야겠어요

 

명상하시는 대신

 

사람들이 잘 지내는지
좀 살펴주셨으면 해요

 

저희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을
애교 덩어리라고 불러요

 

이 일을 하려면 사교적이고
명랑하고 항상 웃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 제가 적임자네요

 

우선 가방부터 찾으셔서
방으로 내려가세요

 

이 인도 모험의 진실은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

 

신은 내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은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는 무관심하다

 

부드러운 천상의 미소로
조용히 다가가는 여자?

 

그게 누군데?

 

내가 무슨 영화배우도 아니고

 

신은 내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존재한다

 

귀신이 씌웠대요

 

- 이가 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요?
- 그게 그거죠

 

들어가세요

 

안녕하세요, 카투

 

만나서 반가워요

역마살이 있고

 

아니, 일 년 전쯤에
한번 뵈었는데요

 

- 캘리포니아에서 왔던가?
- 아뇨, 뉴욕에서 왔어요

 

기억이 안 나네

 

제가 발리로 돌아와서
영어를 가르쳐 드리면

 

다른 걸 가르쳐 준다고 하셨잖아요

 

아, 이것도 주셨어요

 

- 아, 그 아가씨? 기억하고 말고요
- 다행이네요

- 뉴욕에서 온 아가씨
- 네

- 리즈 양이 돌아왔네요
- 네, 돌아왔어요

- 그 아가씨네, 그 아가씨야
- 네, 저예요, 저

그게 벌써 언제예요
그땐 걱정과 근심이 가득차서

 

꼭 슬픈 노파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얼굴에서 빛이 나네요
뭐 좋은 일 있어요?

 

그냥...
일이 좀 많았어요

 

로마에서 한 4개월 있으면서
실컷 먹기만 하다가

 

그 후엔 인도 아슈람에서 지냈어요

 

- 이제야 만났네요
- 네, 그러려고 왔어요

 

- 잘 했어요
- 뭐 먹였어요?

 

아직도 제가 영어
가르쳐 드렸으면 좋겠어요?

 

영어는 나중에 하고

 

우선 다른 것부터 합시다

 

- 얼마나 된 거예요?
-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주술들이에요

 

만트라 주술에서 치료술까지
천여 년의 주문이 담겨있죠

 

이게 내가 가진 것 전부고
아는 것 전부예요

 

- 다 베껴야 해요
- 그럼 제가 가져가서...

 

아뇨, 어딜 가져가요

 

리즈 양이 여기에서 베껴 쓰세요
전 낮잠 좀 잘게요

 

- 전 너무 늙어서요
-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카투?

 

101살 아니면 64살?

 

기억 안 나요

 

- 이거 평생 걸리겠는데요
- 그거 하면 예뻐지고 남편 잘 만나요

 

- 열심히 해요
- 전 정반대의 이유로 여기에 왔는데요

 

남편 안 필요한 사람도 있어요?

 

- 저 물 한 잔만 주실래요?
- 싫어요

 

알았어요
대신 잘 써요

 

발리 사람들은 발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죠

 

여기가 발리의 중심입니다
여기는 침실이고요

 

여기는 연못
명상을 할 수 있는 신전도 있어요

 

솔직히 폭격 이후
관광객이 줄어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드릴 수 있어요

 

낙원이네요

 

- 계약할게요
- 발리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순간을요

여기가 완벽한 균형점이에요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이죠
너무 신에 근접하지도

 

너무 자신 중심적이지도 않아요
아니면 삶이 너무 고되요

 

균형을 잃으면
힘도 상실하게 됩니다

 

아침에는 인도에서
배운 명상을 하세요

 

경건한 마음으로요

 

낮에는 발리를 즐기세요

 

오후에는 저를 보러 오시고요

 

자기 전엔 새로운 명상을 하세요
그냥 조용히 앉아서

 

웃으시면 돼요

 

- 벌써 균형이 잡히는데요?
-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얼굴로도 웃지만
마음으로도 웃어야 해요

 

간조차도 웃으세요

 

그럼 또 봐요, 예쁜이

 

- 괜찮으세요?
- 당신 장님이야?

 

- 같이 병원 가세요
- 됐어요

 

아프겠는데요?

 

많이 다쳤네요
왜 그랬어요?

 

- 어떤 멍청이 때문에 굴렀어요
- 남자예요? 부자 남자?

 

열기가 찼네요
치료사가 필요해요

 

- 할아버지가 하시면 되잖아요
- 아뇨

 

- 와이얀이 있어야 해요
- 네

 

자, 마셔 봐요
항생제 보다 나아요

 

혹시 너도 이런 거 마시니?
난 리즈야, 넌 이름이 뭐야?

 

- 투티요
- 만나서 반가워, 투티

 

결혼했어요?

- 아니
- 투티!

 

진짜예요?
한 번도 안 했어요?

 

아뇨, 한 적은 있어요

 

근데 여기에선 이혼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더라고요

 

나도 이혼했어요

 

이혼하면 슬퍼지고
왕따가 되죠

 

섹스 안 한 지 한참 됐네요?
무릎 보면 알아요

 

물렁뼈가 건조하네요

섹스를 해야 호르몬이 생겨서
윤활유가 되는데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동지 생겼네?

 

아르메니아!

 

브라질에서 온 아르메니아예요

 

- 아르메니아, 이쪽은 뉴욕에서 온 리즈야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리즈
바나나 뿌리즙 있나요?

 

그럼요

그거 바르니까
머리에 윤기가 돌더라고요

좔좔좔

- 쌈박한 드레스 있어요?
- 네

그럼 그거 입고
밤에 바닷가 오두막으로 오세요

다들 소개해 줄게요

이방인이든 원주민이든
다들 모여서 춤춰요

- 아뇨, 제가 지금 춤출 상황이 아니라
- 그냥 추면 되죠

 

다리가 무슨 문제예요?

 

올 거죠?

 

데킬라에
라임 좀 많이 넣어주세요

 

- 한 잔 사도 될까요?
- 아뇨, 괜찮아요

 

저기...
지난번엔 제가...

 

- 안녕하세요?
- 네

진짜 죄송했어요

 

웃어서 죄송해요
근데 되게 신기하네요

 

그때도 차에서
이 노래 듣다가 테이프가 엉켜서

 

그거 빼내다가 그랬었거든요

 

노래 신청했어요?

아뇨, 그건 내가 녹음한
믹스 테이프였고요

주로 브라질 음악을 녹음하는데

필 콜린스나
에어 서플라이도 좋아해요

 

그런 거 막 얘기하고
다녀도 되는 거예요?

 

리즈

 

- 왔어요?
- 둘이 벌써 아는 사이예요?

 

그러고 보니 둘 다 돌싱이네?
잘 통하겠어요

 

리즈랑 딱 맞는 남자를 찾았어요

 

그냥 가볍게 생각하세요
발리에 와서 연애 안 하는 사람 없으니까

 

멋있죠?
이안이에요

 

- 스팅 닮았죠?
- 참, 스팅 곡 녹음한 것도 있다

 

같이 춤춰요

 

괜찮아요
제가 잡았어요

내일 되면 아프겠는데요?

 

여기예요

 

같이 수영해요

 

아뇨, 수영복이...
이안도 없잖...

 

- 그냥 벗으면 어떡해요
- 벗어야죠

 

아르메니아 말 생각 안 나요?
발리에 와서 연애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래도...
안돼요, 안돼

 

연애는 무조건 좋은 거예요

 

한 15년 전쯤이었으면 몰라도

 

아니, 6개월만 일찍
만났어도 연애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냥 간다고요?

 

진짜 귀엽네요

 

이 정도면 안 멋진가?

 

잠시만요

- 미안해요
- 고마워요

 

태워다 드려요?
그러면 안 치일 텐데

 

잘 잤어요?

 

- 몇 시예요?
- 다섯 시요

 

아주 신났던데요?

 

제대로 놀더라고요

 

- 태워줘서... 고마워요
- 고맙다고요?

 

- 자전거 내려드려요?
- 가지세요

 

바구니 달린 걸요?

 

벨도 있어요

 

- 안녕, 좀 어때요?
- 여긴 어쩐 일이에요?

 

숙취에 좋다고 소문난
와이얀의 처방이에요

 

어제 너무 마신 것 같아서요

 

여기요
맛도 괜찮아요

 

남의 집에 막 들어오는
취미가 있나 봐요?

 

그러는 당신은 대문을
활짝 열고 자는 취미가 있나 보죠?

 

잠시만요

 

응, 자기
무슨 일 있어?

 

커피 내리는 법을 모르겠어요

 

몇 번을 말했어
얼마나 쉬운데

 

필터를 갈고
커피를 넣고 물을 부어

 

도대체 그 머리로
대학은 어떻게 갔지?

아빠처럼 못하겠어요

 

나는 40년 베테랑이고, 자기야

 

그게 하루 아침에 되니?

 

알았어요
근데 어디예요?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

 

혹시 여자랑 있어요?

 

끊을게

 

- 누군데요? 예뻐요?
- 끝내주게 예뻐

 

끊으면

찾아가서 산통 깰 거예요

 

-안녕
-끊지...

 

- '자기' 소리 무지 좋아하네요?
- 그 '자기'는 내 아들이에요

 

애들 어렸을 때부터
그냥 '자기' 라고 불러줬거든요

 

근데 언제부턴가 진짜 자기랑
헷갈리기 시작해서

 

이젠 그냥 전부 다
자기라고 불러요

 

좀 쉬어요
내 전화번호랑 주소예요

 

탁자 위에 둘게요

 

가이드가 필요하면
'가이드 아저씨'를 불러요

 

그리고 그거 꼭 마셔요
좀 나아질 거예요

 

- 지금 완전...
- 예쁘다고요?

 

눈부시다고요

 

- 쉬어야겠어요
- 꼭 마셔요

 

잘 들으니까

 

저기, 가이드 아저씨!
커피 한 잔 하고 출발할까요?

 

좋아요

 

- 이건 뭐예요?
- 람부탄이에요, 맛있어요

 

오렌지랑 비슷한데
살짝 자두 맛도 나요

 

- 먹어볼래요?
- 그러죠, 뭐

 

- 여기요
- 고마워요

 

- 이건 뭐예요?
- 아뇨, 그건 그냥 둬요

 

- 발 고린내 맛이에요
- 정말요?

 

발 고린내 맛이래요

 

어디 어디 다녀 봤어요?

 

내 여권엔
출입국 도장만 마흔여섯 개예요

 

내 여권엔
마흔아홉 개 있는데

 

마흔아홉 개요?
그럴 줄 알았어요

 

- 뭘 알아요?
- 그럴 줄 알았어

 

우린 '안테바진' 이에요

 

그게 뭐예요?

 

안테바진은 중간자라는 뜻이에요

중간자는 경계에 서서
가족의 편안함을 포기하고

'꾀달음'을 찾아다니죠

 

그 단어 마음에 드네요

 

- 발음도 정말 귀여워요
- '꾀달음'

 

- 잘 했는데?
- '꾀'가 아니라 '깨'잖아요

 

아름답죠
여긴 퓰라 멜란틴이에요

 

- '번영의 사원'이란 뜻이죠
- 아름답네요

 

그럼 다음 코스는

 

- 네
- 발리 음식 되겠습니다

 

- 좋아요, 배고팠는데
- 발리 제일의 맛집으로 가요

 

-그럼요
-우리 집이요

 

- 잘났어
- 당근!

 

발리 오기 전엔
쭉 브라질에서 살았어요?

 

아뇨, 한 20년 살았어요

 

아내랑 만나서
같이 호주로 갔죠

 

아내가 출장이 많아서

 

- 제가 집에서 아이들을 봤어요
- 애처가시네요

 

근데 아내는 그게 싫었나 봐요

 

왜요?

 

아이들 다 키우고

 

난 무역을 시작했어요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

 

그 중에서 발리가 이혼을
극복할 최고의 장소였고요

 

그래서 아직 있는 거예요
그쪽은요?

 

흔한 얘기죠, 뭐
철도 없었고

결혼하기엔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깨졌고요

 

마음이 아팠겠어요

 

 

저도 그랬어요

 

- 진짜 좋네요
- 그쪽도요

 

그쪽은 한마디로
'폴사 마그라'예요

 

- 무슨 뜻인지 알아요?
- 뭔데요?

 

멀리서 보면
날씬하고 우아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풍만하고 육감적이죠

 

브라질 사람을 누가 말려요

 

하지 마요!

 

- 역마살이 있네요
- 보는 사람마다 그 소리 하세요

 

돈은 웬만큼 벌어 놨는데

 

젊은이의 야망이란 게 없네요

 

잘 보시는데요?

 

- 자식이 셋 있네요
- 둘이요, 하난 굳은살이에요

 

이혼했네요
힘들었겠어요

 

아내를 많이 사랑해서

 

아직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누구한테
마음도 못 열고요

 

또 상처받을까 봐 두려운 거죠

 

치유 받으려면
믿는 수밖에 없어요

 

괜찮아요
가슴이 아픈 건 노력했다는 거니까

 

또 상처받게 될까요?

 

착한 남자네요, 리즈
남자는 착하면 돼요

 

- 고마워요
- 맞아요, 잘 어울려요

 

툭하면 남자 만나라는데
짜증나 죽겠어요

 

그냥 남자가 아니라
나를 만나라는 소리잖아요

 

- 봄방학인가 봐요?
- 자, 빨리빨리 움직여요

 

완전 피곤한 스타일이야

 

10살 때 학교에 내려주면서
입에 뽀뽀하던 걸

 

아직도 해요

 

브라질에선 그러는지 몰라도
전 브라질에서 안 자랐잖아요

 

친구들이 막 놀려요

 

하지 말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래도 봤는데

 

아버지가 워낙 좋아하시니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우리 할머니가 걸어도
그것보다는 빨리 걷겠다

 

무덤에서 통곡을 하시겠네

 

가, 따라잡자고

 

그럼 아빠가 가방 메고 가요

 

이리 와봐

 

멋있지?

 

- 자요
- 제가 꼴찌네요

 

- 아직 안 잤어요?
- 뭐라고?

 

- 아직 안 잤냐고요
- 오버하지 마

 

벌써 10년이나 됐잖아요
그럴 때도 됐죠

 

예쁜 여자 조심해

 

완전 위험해

 

아빠

 

일주일이 너무 짧네

 

너 들으라고
아빠가 녹음한 테이프야

 

고마워요

 

벌써 보고 싶네

 

갈게요

 

- 잘 지내
- 아줌마도요

 

- 뽀뽀 안 해주세요?
- 그러게

 

- 사랑해요, 아빠
- 나도

 

바보 같아 보이는 거 알아요

 

열아홉 살짜리
다 큰 애를 가지고

 

좋아보여요

 

괜찮아요

 

자기, 일어나 봐요

 

이젠 명상하러 가야돼요

 

그럼 가요

 

카투 본지 2주나 됐어요

 

- 정말?
- 네

 

근데 카투보다
자기가 더 귀여운데 어떡해요

 

안돼, 진짜 가야돼, 진짜

 

방광염이에요

 

갑자기 빈번한 성관계를
가지면 그럴 수 있어요

 

사실 2주 내내
같이 있었어요

 

무섭죠?
이해해요

 

자신을 잃고 싶지 않을 거예요
사랑은 두렵고

 

위험한 거니까
적어도 난 그랬어요

 

매일 기도해 봐도
남편은 달라지지 않고

 

결국 도망쳐야 했죠

 

여기도 남편이
헬멧으로 때린 거예요

 

결국은 딸이 도망치자고 해서

 

맞지, 우리 딸?

 

제가 엄마한테 이혼하라고 했어요

 

겨우 네 살밖에 안 됐었는데

 

펠리페를 이해하세요

 

다들 연애하면서 살아요

 

사랑을 시작할 때는
다 그런 거예요

 

너무 많은 행복과
기쁨을 누리고 싶어서...

 

결국은 병이 들죠

 

저도 처음엔 그랬었으니까요

 

제 자신은 보이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이제 곧 내 생일이야

 

내가 집에 있었으면
돈 들여 파티를 했겠지

 

너희들은 선물과 와인을
잔뜩 사왔을 테고

 

이번엔 돈도 덜 들고
좀 더 의미 있게

 

여기에 있는 와이얀이라는 치료사에게
집을 사줄 기금을 모았으면 해

 

와이얀은 싱글맘이야

 

발리에선 이혼하면 애고 집이고
다 뺏기게 돼 있어

 

와이얀은 딸 투티의
양육권을 갖기 위해

 

욕실 매트까지 팔아
소송비를 마련했던 사람이야

 

몇 년 동안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매번 단골을 잃었고

 

투티는 계속 전학을 다녔어

 

이 두 사람은
내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야

 

어디서든 가족이 되었으면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오늘은 투티가 호텔 공사장에서 주운
파란 타일을 갖고 놀면서 그러는 거야

 

나중에 우리 집이 생기면

 

이렇게 예쁜 파란색
바닥이었으면 좋겠어요

 

이탈리아에 있을 때
배운 말인데

 

- '투티'예요 T가 두 개요
- 투티

 

투티는 '모두'라는 뜻이야

 

그래서 생각했지

 

투티를 돕는 일은

 

결국 '모두'를
돕는 일이 될 거라고

 

- 네?
- 만 팔천 달러예요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예요

 

- 세상에
- 집이 생겼어

 

'모두'를 위한 집이 될 거예요

 

약방도 만들 수 있고

 

서재도 가질 수 있어

 

눈 감아요
뜨면 안돼요

 

조심해요
이러다 다치겠어요

 

암튼 눈 감아요

 

- 어디 가는데 그래요
- 있어 봐요

 

와이얀한테
집 선물했다면서요

 

같이 축하해야죠

 

- 이쪽, 이쪽
- 알았어요

 

여기 해변이죠?
나 수영복 안 가지고 왔는데

 

여기예요

 

보트 타고 나가려고요

 

- 어디로요?
- 근처에 작은 섬이 있어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소예요
제가 2인분 짐 쌌어요

 

화요일까지
지내다 오면 돼요

 

캠핑할 자리도 다 알아봤어요
둘만 오붓이

 

어때요?

 

사실 저녁에
보여주려고 했는데

 

지금이 좋을 거 같아서요

 

난 사업 때문에
발리에 있어야 해요

 

당신은 뉴욕으로
돌아가야 할 거고요

 

그렇죠?

 

그 중간 어디쯤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지 않을래요?

 

-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 어서 가요
- 아니...

 

난 못 가요
미안해요

 

- 못 가요?
- 미안해요, 너무 갑자기라...

 

집에 못 간지도 닷새나 됐고

 

카투한테도 몇 주나 못 갔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안돼요?

 

전부 다 잊고 훌쩍 떠나서

 

며칠 지내는 게 어때서요?

 

리즈
왜 그래요

 

나도 두려워요
나도 상처가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나와 다른 점은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거예요

 

이게 사랑이에요, 리즈
나를 똑바로 보고 진심을 말해줘요

 

날 사랑하나요?
사랑하지 않나요?

 

내 눈을 보고 말해요
나를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나와 같은 마음인 거 알아요
왜 말을 못해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나와 사랑에 빠지는 게
두려운 거예요

 

괜찮아요
나도 두려워요

 

그래도 당신과 함께
저 보트에 타고 싶어요

 

아뇨, 제 말은요

 

얘기해요

 

왜 이해를 못하세요?
힘들여 찾았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만약 포기했더라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균형 때문에 그래요?
힘들게 찾은 거라는 건 나도 알아요

 

그래서 그게 뭔데요?
20분 동안 명상하는 거요?

 

늙은 주술사 찾아다니는 거요?

아뇨, 균형이란 건 누군가 당신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걸 막는 게 아니에요

 

- 그게 균형이라고요
- 아뇨

내가 받은 가르침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하지 말아요

당신이 얼마나 균형 잡힌 사람인진 몰라도
내 마음까지 어쩔 생각 말라고요

 

이제 '자기' 소리도 하지 마세요

 

돌겠으니까

 

잘 들어요

 

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도망가는 거예요?

 

멋진 삶을 누릴 기회를 두고
그냥 도망가는군요

 

어쨌든 나는 배를 탈 거예요

 

이별 선물이에요

 

카투?

 

리즈
덕분에 행복했어요

 

저도요, 카투

 

카투가 아니었다면

 

다시 발리에 돌아와서
제 자신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커피 줘요?
통돼지 먹을래요?

 

- 네, 커피 주세요
- 기다려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두 시간 후예요

 

비행기 타본 적 있어요?

 

카투는 비행기 못 타요

 

이도 다 빠졌는걸?

 

좋은 친구가 생겼네요

 

꼭 내 딸 같아요

 

내가 죽으면

 

나 화장하는 거 보러
발리로 와줄래요?

 

발리는 전통 화장 의식이 재밌어요

 

- 마음에 들 거예요
- 알았어요

 

간으로도 웃으라는 말
잘 지키고 있죠?

 

 

인도에서 구루한테 배운 대로
명상도 하고 있고?

 

- 네
- 믿음이 있으니 행복하죠?

 

남자 친구도 사랑하고요?

 

제가 끝냈어요

 

이해를 못 하겠네요

 

균형을 유지할 수가 없었어요

 

리즈
잘 들어요

 

때로는 사랑 때문에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에요

 

결국, 나는 내가 자연의 법칙이라
부르던 것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본성의 힘은 중력의 법칙처럼
실재하는 것이다

 

내 자연의 법칙은 이렇다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

 

그게 집이든
감정의 응어리든

 

외면의 것이든
내면의 것이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났을 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펠리페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 부두에서 만나요 -

 

제게 어울리는 단어를 찾았어요

 

'아트라버시아모'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에요

 

- 감사합니다 -

 

W.
A.
P.
자막팀 작품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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